한노총 ㆍ민주노총에 속하지 못한 93%의 노동자를 위해 설립
노동자 간의 소득격차, 자산격차, 교육격차를 줄여 사회적 공정 실현
한국 노동계는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두 거대 노동조합이 주도하고 있다. 이념과 색깔이 다른 두 단체가 사실상 노동계를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가 대다수다. 두 단체의 회원 수는 약 20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7% 정도에 불과하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비정규직인 대다수 노동자들은 두 노조에 속해 있지 않다.
이런 ‘비노조 노동자’들은 그들의 권익을 지키기도,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내기도, 관심과 주목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양대 노조가 주도하는 노동환경을 개혁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범한 노동조합이 있다.
2020년 4월에 발족한 ‘전국노동자총연맹(전노총)’이다.
가입비나 조합비를 받지 않고, 정치적으로 중립을 표방하며, 장외투쟁도 하지 않겠다는, 순수하게 노동자의 권익 향상 및 근로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한 순수 비영리 단체다. 특히 아직 차별적인 여성의 근로환경 개선과 노동의 성평등 실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전노총은 발족하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탓에 그간 두드러진 활동을 하지 못하고 언론의 관심도 끌지 못했지만, 이제 비로소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새 노동단체를 이끄는 장영백·김선목 공동대표를 만나 전노총이 추구하는 목적과 방향에 대해 들었다.
전노총의 설립 목적은 무엇입니까?
“전노총은 주로 ‘비노조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호해 공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동자 간의 소득격차, 자산격차, 교육격차를 줄여 사회적 공정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족됐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정치권과 정부는 양대 기성 노총의 눈치만 보고 이들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전체 노동자의 절대 다수인 93%를 차지하지만 양대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비노조 노동자’들의 권익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지요.
전노총은 ‘근로자가 행복한 세상 (근행세)’을 지향하고, 이를 위해 안전한 작업환경은 물론 법적 권리와 여가와 문화 향유를 보장받는 세상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전노총은 특히 여성 근로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남녀 공동육아 캠페인’과 ‘여성이 다니기 좋은(성평등) 직장 베스트 1000 선정’ 등을 시행해 여성에게만 경력단절을 강요하는 한국의 고질적 병폐를 치유하고자 합니다. 또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노동의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전노총은 기존 양대 노조의 활동에 비판적 입장입니다. 양대 노조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며 어떤 점에서 이들 단체와 차별화를 하려는 건가요.
“전체 노동자의 겨우 7%에 불과한 200여만 명의 소속 노조원을 보유한 기존 노총이 양질의 노동시장을 독점하고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전체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비노조 노동자’들은 정부와 기존 노총과 기성정치인들로부터 계속 무시를 당하면서 차별과 불평등의 불행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음을 깊이 우려합니다.
우리 전노총은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모자라 고용을 세습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좋은 직장에서 일할 권리를 빼앗는 기존 일부 노조의 행태를 매우 부끄럽고 파렴치한 일탈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전노총은 오직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추구하는 순수 비영리단체를 표방하고 별도의 가입비나 조합비도 받지 않습니다.”
장외집회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건가요, 정치적으로는 완전 중립입니까.
“노동자에게는 단결의 자유와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의 권리가 있고, 집회나 시위의 권리도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존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장외로 나설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다만 장외집회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국민에게 많은 불편을 끼칠 수 있어 주된 수단으로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노총은 보수와 진보라는 양극단의 진영논리로 모든 이슈를 덮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이고 시대착오적 정치문화를 과감히 탈피하고자 합니다.”
93%에 달하는 ‘비노조’ 노동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 근로자 노동법’제정을 촉구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노동 관련법과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현재 한국에서 실질적으로는 노동을 하고 있으나 법률상으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무려 40%~45%나 됩니다. 우리 전노총이 추진하고 있는 ‘전 근로자 노동법’은 일을 하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로 인정받아 법적 권리를 갖게 하자는 겁니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높이고 화합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제정과 시행이 필요한 법입니다.”
최대임금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최대임금 제한은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상한선을 정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임금 격차를 줄이고, 소득편차를 줄여서 경제적 공정성을 증진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또 상위 소수의 개인이나 기업의 과도한 부의 축적을 방지해 재분배 및 사회적 혜택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안정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정책이죠.
다만 최대임금 제한으로 생겨난 잉여금은 반드시 고용을 늘리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법제화되어야 합니다. 최대임금 제한은 정부, 노동조합, 기업 등 각각의 이해 당사자들의 의식 향상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만 시행될 수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4일 근무제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우리는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OECD 회원국 중 남미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길고, 독일에 비하면 무려 두 달 이상을 더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우려합니다. 과도한 노동은 과로사, 산업재해는 물론 나라의 미래와 운명을 좌우하는 출산율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모든 노동자들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선 1000대 기업에 한해 점진적으로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자는 겁니다. 근로자들의 기존 임금을 20% 삭감해 신규 채용을 20% 늘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점차 다른 기업들에게도 확대해 나가자는 겁니다. 정말 중요한 사실은 이를 시행해도 1000대 기업의 임금은 한국 근로자의 평균임금보다 50% 이상 높다는 점입니다.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면 좋은 일자리 창출이 수월해지고 노동자 간의 소득 격차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소수의 악덕 기업주가 이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는 기존의 소득을 계속 보존해 줄 수 있는 법적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 노동시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전노총 입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3D 업종에서 임금이나 근로조건으로 인해 이런 추세가 점점 강해지면서 한국인 노동자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일할 기회를 놓치고 있어요. 실제 한국인 노동자가 3D 업종에서 일을 하고자 해도 사업주들은 말을 더 잘 듣고 비판도 하기 힘든 외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너무나 뚜렷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월소득이 100만 원도 안 되는, 거의 폐업에 가까운 자영업자가 300만 명에 이르며, 노후가 준비되지 않아 3D 업종도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헤메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1,000만 명 이상 있습니다. 이들을 적극 활용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고용은 국가의 정책과 규제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는 한국인 노동자의 일자리 보호와 기회 확대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노총은 3년 전인 2020년 4월에 발족했는데, 그간 어떤 활동을 했나요.
“전노총은 발족 당시와 그 후 상당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지난 3년 간에는 주로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았어요. 새 운영위원을 영입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법인설립을 완료해 기존의 노총과 같은 형식의 고유번호 법인 단체가 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또 근로자의 10대 권리와 10대 핵심과제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전 근로자노동법’ 제정을 위한 입법 청원을 하고 있으며, ‘노조고용세습방지’와 ‘중소기업 노동자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을 관철하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회계장부 제출 거부로 물의를 일으킨 양대 노총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노동조합법에 ‘노조 회계의 투명화’ 조항을 신설하려는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와의 협력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ILO(국제노동기구) 이스트 아시아 본부에 한국 최초로 직원을 파견했다는데?
“한국은 ILO 아시아 태평양본부 동아시아 그룹 국가에 소속돼 있지만 자국에 ILO 사무소가 개설돼 있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에는 있습니다. 우리 전노총은 ILO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ILO Join Korea office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ILO는 고용노동부 및 기존 노총과만 협력하고 있어서,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비노조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전노총이 나서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한국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93%의 ‘비노조 노동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ILO에 제대로 알리고 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협력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전노총의 성격으로서 현재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는 CSO를 적극 표방한다는데 그 배경은?
“우리 전노총은 그 성격상 기존의 NGO나 NPO에 해당되지만, 깨어있는 성숙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행동을 더욱 강조하는 의미에서 현재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는 CSO(Civil Society Organization: 시민사회기구)를 적극로 표방합니다. NGO라는 단어에는 정부에 비해 인력이나 자금이 부족하다는 약간의 부정적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우리 전노총은 대한민국 최초의 CSO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함으로써 ‘근로자가 행복한 세상(근행세)’ 실현에 앞장 서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전노총의 존재감이 너무 미약하지 않은가요. 앞으로 어떻게 세력을 키워나갈 계획입니까.
“우먼타임스 인터뷰는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전노총의 존재 이유와 정신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특히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합니다. 전노총 홈페이지(www.kwu.or.kr)를 방문하면 쉽게 회원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전노총에는 현재 약 2만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습니다. 지부 확장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뜻을 같이하는 사회단체와의 연대도 추진 중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노동환경에 대한 거대한 빅데이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노총은 4차산업시대는 물론 곧 다가올 5차산업시대까지를 고려해 노동자들에게 시대정신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성찰적이고 자주적인 노동과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자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태와 기술과 인간공존의 대안도 모색하고 창출하도록 돕겠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교육은 크게 세 분야입니다. 인문학 및 성찰적 사고, 정치(현실참여) 교육. 그리고 디지털 테크놀로지 이해 및 기술에 대한 비판적 접근 교육입니다.
우리 전노총은 “너와 나를 하나로, 하나하나를 우리로”라는 슬로건 아래 전체 조합원이 일치단결하고 온 힘을 기울여 ‘근로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공동대표 약력
(장영백)
연세대 중문과 졸업, 대만 사범대 국문과 석사, 연세대 중문과 박사
건국대 중문과 교수 역임
건국대 교수협의회 회장 역임
현 건국대 중문과 명예교수
현 사단법인 파우와교육협력재단 사무총장
(김선목)
미국 University of shepherd 학사 졸업
고려대 법무대학원 법학과 제적
넬슨바이오에너지 근무
코트라, 한국인재개발원 무역실무 강의
한국NGO연합 정책실장 역임
현 데이 노동자(목수)